요즘 애들과 다르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언젠가부터 이런 다짐을 하게 됐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언젠가부터 이런 다짐을 하게 됐어요. 요즘 애들과 다르게 키우기, 그게 제 목표였어요. 학군지로 이사를 오고 나서 이 생각은 더 확고해졌어요. 학업 경쟁이 치열한 동네일수록, 오히려 예의 바르고 인성이 바른 아이, 눈을 마주치고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말할 줄 아는 아이, 남을 위해 뭔가를 실천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가 훨씬 드물고, 그래서 더 빛나 보이더라고요.

주변 선생님들도 종종 비슷한 이야기를 하세요. 요즘은 아이들 사이의 소통도, 스스로 뭔가를 해보는 경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요. 부모가 다 대신해주다 보니, 정작 아이 스스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제 아이만큼은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실제로 그런 순간들이 있었거든요.아이가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던 네 살 무렵이었어요. 등원길에 같은 반 친구가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울고 있었어요. 사실 제 아이도 저와 헤어지기 싫어 매일 울던 시기였는데, 그날은 오히려 그 친구 손을 잡고 토닥이며 함께 교실로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원 선생님이 전해주신 이야기였어요. 비슷한 시기, 같은 반 친구의 신발이 신기 불편하게 놓여 있으면 조용히 방향을 돌려놓곤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반에 발달이 다소 느린 친구가 있었어요. 낯선 행동에 아이들 대부분이 어려워하고 피하던 시기, 제 아이는 그 친구가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할 때마다 곁에서 조용히 붙잡아 데려오는 역할을 스스로 하고 있었다고 해요. 학년말에 담임 선생님이 따로 저를 불러 “아이 덕분에 반 아이들 챙기기가 훨씬 수월했다”며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동생이 물건을 잃어버려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늦게까지 함께 찾아주느라 귀가가 늦어진 날도 있었다고 해요. 이건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어머니가 나중에 전해주신 이야기였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요즘 애들 같지 않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제가 원했던 방향으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죠.

그런데 이 배려심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순간도 있었어요. 아이는 누군가 불편해하거나 마음 상할까 봐 살피는 감수성이 또래 남자아이들에 비해 유독 풍부한 편이에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별것 아니게 넘어가는 투박한 말 한마디에도 혼자 상처를 받곤 하고요. 어느 날은 슬픈 그림책 한 권을 읽고 삼십 분을 내리 울기도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대견함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 험한 세상을 저 여린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가려나’ 싶어 밤잠을 설친 날도 있었어요.

고학년이 되어서는,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친구에게 말로 상처받는 일을 겪은 적도 있었어요. 자세히 말씀드리긴 조심스럽지만 꽤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 친구가 속상해할까 봐, 정작 본인이 상처받은 건 표현하지 않았어요. 반 친구들이 먼저 알아채고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야 저도 알게 됐죠. 거의 1년을 혼자 삭이고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 저는 그 배려심이 고맙기보다 먼저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요. 이 아이가 원래부터 이렇게 배려심이 넘쳤던 걸까. 돌아보니 어릴 때부터 지인이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오면, 저는 늘 “손님이니까”, “동생이니까”, “형이니까” 하면서 제 아이에게 먼저 양보를 요구했어요. 아이가 딱히 잘못한 게 없어도요.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먼저 물어봐 주기보다, 상황과 관계부터 앞세웠던 거죠. “요즘 애들과 다르게 키우겠다”는 제 다짐이, 어쩌면 아이에게만 일방적으로 무거웠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얼마 전 부모의 양육 태도를 살펴보는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는데, 저와 남편 모두 도덕성과 규범을 중시하는 성향이 또래 부모 평균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어요. 그 결과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아이의 배려심은 그저 타고난 기질만이 아니라, 저희 부부가 알게 모르게 강조해온 것이 고스란히 전해진 결과이기도 하다는 걸요.

타고난 것과 제가 만든 환경, 둘 다였다는 걸 알고 나니 다짐이 조금 바뀌었어요. 요즘 애들과 다르게 키우기, 그 방향은 여전히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안에 하나를 더 넣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를 돕고 챙기더라도, 나를 먼저 돌보고 내가 해야 할 것을 먼저 한 다음 남을 살피는 것. 배려와 인성이 아이를 지키는 무기가 아니라 짐이 되지 않으려면, 그 순서가 함께 서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저희 집은 학습보다 독서와 운동을 먼저 두기로 했어요. 공부는 최소한의 기본만 하면 된다고, 아이에게도 저 스스로에게도 되뇌면서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 선택이 늘 편안하지만은 않아요. 학군지 특성상 주변에서 들려오는 학습 속도나 스펙 이야기를 들으면,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거든요. 그래도 저는 이 방향을 계속 믿어보려고 합니다.

요즘 애들과 다르게 키우고 싶다는 제 다짐은, 그래서 지금도 계속 자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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