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에서 DC로, 저는 이렇게 갈아탔어요

안녕하세요, Claire예요. 오늘은 제가 DB에서 DC로 갈아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첫 외국계 회사에 다니던 시절, 저는 퇴직연금이라는 걸 접해볼 기회조차 없었어요. 퇴사하면 그동안 일한 기간만큼 계산된 퇴직금이 그냥 제 계좌로 한 번에 입금되는 방식이었거든요. 그때는 “1년 일하면 한 달치 월급 정도가 퇴직금”이라는 아주 단순한 개념만 갖고 있었어요. 마침 그 시절은 퇴직금 관련 사회적 이슈가 계속 불거지던 때이기도 했어요. 제가 다니던 회사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려고 본사 승인을 받고 검토하던 중이었는데, 그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제가 먼저 퇴사를 하게 되면서, 결국 연금 제도 자체를 경험해보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어요.

두 번째로 옮긴 회사에서는 퇴직연금 제도가 이미 자리 잡혀 있었어요. 입사하자마자 DB형과 DC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때 저는 제대로 알아보고 선택한 게 아니었어요. 회사 안에서는 “DB가 더 안전하고 유리하다”, “기존 퇴직금 계산 방식이랑 거의 똑같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고, 저도 딱 그 정도 개념만 가지고 별 고민 없이 DB를 선택했어요. 사실 HR에서 교육 자료도 나눠주고 설명회도 열어줬었는데, 그때는 굳이 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회사가 다른 곳과 합병이 되는 일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연봉과 상여금을 산정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예전만큼 연봉 상승률이 크지 않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 DB가 정말 나한테 계속 유리한 선택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그동안 받아만 두고 제대로 안 봤던 교육 자료들을 다시 꺼내보게 됐어요.

여기저기 찾아보니, DB형은 퇴직 직전 급여를 기준으로 퇴직금이 확정되는 구조라, 연봉이 꾸준히 크게 오르는 사람에게 유리하더라고요. 반대로 DC형은 매년 회사가 넣어주는 부담금을 내가 직접 운용해서, 그 운용 성과가 그대로 내 퇴직금이 되는 구조고요. 그러니 연봉 상승률이 둔화된 제 상황에서는, DB보다 DC로 바꿔서 직접 운용하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무렵 마침 주변에서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해서 꽤 괜찮은 성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됐어요.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저도 마음이 더 확고해졌던 것 같아요. 결국 회사 HR에 요청해서 DB에서 DC로 전환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전환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었어요. DB에서 DC로 바꾸는 건 가능하지만, 반대로 DC에서 다시 DB로 돌아가는 건 안 된다는 거였어요. 즉 한 번 DC를 선택하면 그걸로 끝,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라는 뜻이었죠.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오히려 신중해지긴 했지만, 그동안 고민했던 이유들이 확실했기 때문에 전환을 진행했어요.

DC로 바꾸고 나서 알게 된 것들도 있어요. DC형은 위험자산에 최대 70%, 안전자산에는 최소 30%를 배분하도록 정해져 있더라고요. 그리고 매달 조금씩 들어오는 게 아니라, 1년 치 부담금이 한 번에 입금되는 방식이었어요. DC형은 법적으로 1년에 한 번 이상 회사가 부담금을 납입하면 되는데,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그 시점이 매년 12월이더라고요.

운용은 위험자산 한도인 70%까지 채워서, 그중 상당 부분을 S&P 500처럼 비교적 변동성이 덜한 지수 상품 위주로 넣었어요. 안전자산 30%는 그 시점에 금리가 가장 높았던 1년 만기 예금으로 채웠고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상황에서 내린 선택이에요. 저는 아직 은퇴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갔던 거고, 은퇴가 머지않으신 분들이라면 완전히 다른 배분이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운용사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DC로 전환해놓고도, 디폴트옵션(원리보장 예금)에 그대로 방치해둔다고 하더라고요. 애써 DC로 바꿔놓고도 정작 그 장점을 거의 못 누리고 있는 셈이라, 담당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상품을 살펴보고 운용해볼 것을 권한다고 했어요. 저도 그 말을 듣고 나서, DC로 바꾼 것 자체보다 그 이후에 얼마나 신경 써서 들여다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사실 이 무렵은 집을 정리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복잡해졌던 시기와도 겹쳐요. 그 일을 겪으면서 “이제는 재테크를 좀 더 제대로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는데, DC 전환도 그 다짐의 연장선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유튜브나 책을 꾸준히 보면서, 저만의 운용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DC를 직접 운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수나 관심 가는 ETF들을 하나씩 찾아보게 됐고, 지금도 매달 남는 현금을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시 설계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아직 집 잔금을 다 치르지 않은 시기라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할 순 없지만, 그 시점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이 설계를 다듬어보고 있어요.

이 모든 변화가 1년쯤 더 지나야 저에게도 확신이 될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확실한 건,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저는 재무 전문가는 아니에요. 그래서 어떤 게 무조건 낫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다만 DB든 DC든,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상품을 얼마나 담을지든, 결국 각자의 연봉 구조와 은퇴 시점에 따라 정답이 달라진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꼈어요. 혹시 예전의 저처럼 별생각 없이 선택해두셨다면, 한 번쯤은 지금 내 상황에 맞는 제도인지 다시 들여다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