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에서 “IT 티켓을 발행하세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안녕하세요, Claire예요. 오늘은 제가 외국계 IT 티켓 이라는 걸 접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티켓을 발행하세요”라는 말에 멍해졌던 날

두 번째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고 며칠 지났을 때였어요. IT 이슈가 생겨서 주변 직원에게 물었더니 “티켓 발행하세요”라는 말만 돌아왔어요. 티켓? 발행? 모든 단어가 하나도 매치되지 않았고, 제가 티켓을 발행할 일이 뭐가 있지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신입이 아니라 경력직이라고 생각해서였는지 그 누구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고, 용기를 내서 가까운 자리 직원에게 다시 물어보고 나서야 방법을 알게 됐어요. 로그인할 때 회사 로고가 나오는 화면에 작은 박스가 열려 있는데, 그 안에서 이슈를 접수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살펴보니 정말 IT 이슈라는 메뉴가 있었고, 영문으로 간단히 이슈를 적자마자 IT 티켓이 발행되면서 티켓번호가 안내됐어요. 그런데 그 직후에 전혀 모르는 미국의 IT 직원에게서 메신저가 왔고, 그분이 원격 모드로 제 컴퓨터의 이슈를 확인해 줬어요.

재택근무 인원까지 합치면 수백 명이 있는 회사였어요. 전문가가 필요한 이슈는 외부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담당 직원 한 명에게 문의했고, 서버 접속이 안 되거나 ERP에 오류가 나거나 이메일에 문제가 생기는 사소한 IT 이슈는 모두 티켓으로 처리했어요. 티켓을 발행하는 시점에 한국이 아닌 해외 담당자에게 배정되는 이 방식이 저에게는 정말 신선했어요. 담당자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배정될 수 있었고, 배정된 이슈를 많이,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그분들의 KPI였어요. 그래서 요청하는 사람과 처리하는 사람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였어요.

티켓은 자동으로 닫혔고, 다른 나라 담당자가 나타났어요

낯선 IT 용어도 어려웠지만, 티켓이 닫히는 방식도 당황스러웠어요. 배정된 직원이 원격으로 봐 주다가 권한이 막히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러면 영어로 “Sorry, I don’t have the permission. I’ll assign this to the second level.“이라고 알려 줬어요. 그리고 티켓은 자동으로 종료됐어요. 그런데 곧바로 2차 권한을 가진 담당자에게서 메신저가 왔어요. 원격 지원을 해도 되는지 묻는 메시지였고, 이번에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나라에 있는 분이었어요.

모든 게 이렇게 매끄럽지는 않았어요. 2차 담당자가 배정되지 않아서 계속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자료를 제출해야 해서 당장 해결이 필요한 날에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요. 한국이었다면 전화를 하거나 “지금 급한데요” 하고 재촉했겠지만, 그 시스템에서는 재촉하는 행동이 그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재촉할 수가 없었어요.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시간, 그리고 남은 것

다행히 기한이 있는 업무가 IT 협업 문제로 지연될 때는 상황을 설명하면 기다려 주는 게 당연한 분위기였어요. 때로는 윗선에서 협조를 구해서 높은 레벨의 IT 담당자가 투입되면 2~3분 만에 해결되기도 했어요. 신기하기도, 허탈하기도 했어요.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이 프로세스가 저에게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 경험 덕분에 지금 회사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프로세스가 됐어요. 이제는 IT 이슈가 생기면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가정부터 하고 움직입니다. 대책을 미리 세워 두고,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리포트 라인에 미리 공유하고, IT팀 그룹메일과 상위 매니저가 누구인지 파악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미리 협업을 구해요. 영어로 설명만 하지 않고, 요청받기 전에 화면을 미리 캡처해 두는 것만으로도 지연되는 시간이 꽤 줄었어요.

이 프로세스를 처음 접하는 직원이 보이면 예전 제 모습이 떠올라서 먼저 다가가 설명해 주기도 해요. “티켓 발행하세요”라는 말만 듣고 멍하니 앉아 있던 그날의 저처럼요.

물론 이건 제가 겪은 회사의 방식이고, 외국계라고 해서 모두 이렇지는 않을 거예요. 이미 익숙하신 분께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고, 처음 들어 보신 분께는 이런 방식도 있구나 싶은 이야기일 수 있겠네요. 외국계 회사의 IT 지원 방식이 궁금하셨다면, 제 경험이 하나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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