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Claire예요. 오늘은 제가 외국계 주니어 시절, 잘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은 큰데 영어로 다 표현하지 못해 애가 탔던 순간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막내가 용기 내서 건넨 커피 한 잔
미국에서 CFO가 오셔서 회의가 있던 날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저는 막내였고, 막내인 제가 나서서 대접을 해 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영어로 말을 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먼저 화장실로 가서 “Would you like some coffee?”를 몇 번이나 중얼거리며 발음이 자연스러운지 연습했어요. 그러고 나서야 용기를 내서 다가가 말을 건넸고, “Oh~ Sure sure, thanks”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커피는 당연히 맛있는 걸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다들 맥심커피를 좋아했고, 저도 좋아하던 커피라서 맥심을 탔어요. 그런데 회의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하다 보니 컵에 커피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나오시는 그분 손에는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가 들려 있었어요. 그제야 제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시는지는 묻지 않고 마음대로 판단했다는 걸 알게 됐고,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그런데 자리를 옮기시던 길에, 그분이 제게 따로 다가와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타 드린 커피는 맛있었는데, 요즘 관리를 하고 있어서 단 커피는 피하는 중이라고요. 민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저를 배려해 주신 말이었어요. 서툰 영어와 어설픈 대접이었지만 그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서 고마웠어요.
그 뒤로는 커피를 직접 타 드릴 일이 거의 없어졌어요. 주니어 시절과는 문화가 달라졌고, 요즘은 대부분 커피 전문점에서 픽업해 오거든요. 다만 해외 본사나 글로벌 조직에서 높은 분들이 오시면 자연스럽게 취향을 먼저 여쭤보게 돼요. 위치만 알려 주면 직접 타 마시겠다고 하시면서 대접받으려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맥심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커피라고 소개하면 궁금해하며 먹어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었어요.
그날의 커피 한 잔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영어로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해 애가 탔던 순간은 그때 한 번이 아니었어요.
예약까지 해 두었던 식사 자리
또 하나 잊지 못할 일은 인터널 오디터(내부 감사 담당자)를 대접하던 자리였어요. 오디터는 중요한 포지션이라 감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했고, 일정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잘 챙겨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국 음식을 대접하러 식당으로 모셨어요. 새우 알러지가 있다고 하셔서 식당에 미리 알려 두었고, 예약까지 해서 유명한 곳으로 갔어요.
그런데 식사 중에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다고 하셔서 모두가 깜짝 놀랐어요. 다행히 응급약을 가지고 계셔서 급하게 약을 드셨어요. 그런데 식당에서는 음식에 새우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어 모두가 더 당황했어요. 그래서 저는 주방에 다시 한번 확인해서 알려 달라고 부탁드리고, 혹시 몰라 병원으로 급히 모시고 갔어요. 병원에서는 알러지 약을 추가로 처방받았고, 다행히 별문제 없이 지나갔어요. 지배인이 주방과 다시 확인해 보니, 메뉴 중 육수에 건새우가 아주 조금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됐어요. 주방에서도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 뒤로 오디터의 표정은 많이 어두워졌고, 즐거워야 했던 식사 자리는 급하게 마무리됐어요. 저는 모든 게 제 탓 같아서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요. 미안한 마음과 걱정, 그리고 상황을 더 예의 있게 전하고 싶었지만 영어로는 마음만큼 표현이 되지 않아 애가 탔어요. 호텔로 모셔다 드리는 길에도 제가 너무 미안해하니까, 오히려 오디터가 “네 잘못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위로해 주셨어요. 다음 날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찍 출근해서 호텔로 찾아가, 괜찮으신지 확인하면서 모닝커피와 유명한 브런치를 포장해 드렸어요. 그러고도 컨디션을 계속 확인했어요.
서툰 영어에도 통했던 마음
다행히 마지막 날까지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어요. 그리고 마지막 날, 오디터가 제 매니저에게 “저런 직원을 둔 네가 부럽고 참 자랑스럽겠다”고 극찬을 해 주셨다고 해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저는 마음과 걱정을 더 예의 있게 전하고 싶은데 표현이 따라 주지 않아 애가 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영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한 발 물러섰다면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을 거예요. 서툴러도 어떻게든 전하려고 애썼던 시간이 결국 좋은 평가와 통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커피는 배려받은 고마운 기억으로, 식사 자리는 지금도 아찔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주니어 시절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참 많았어요. 그런 순간들을 하나씩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