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에서 글로벌최저한세(GIR) 신고서를 마주했을 때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낯선 안내문을 받은 순간부터, 본사 구조가 꼬여 담당자를 찾기까지 겪은 실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처음 보는 용어, 처음 보는 안내문

어느 날 회사로 서울지방국세청 법인세과 명의의 안내문이 한 통 도착했습니다. 제목에는 “글로벌최저한세정보신고서(GIR) 신고대상기업 안내”라고 적혀 있었어요. 20년 넘게 외국계 회사에서 회계·세무 업무를 해왔지만, 솔직히 이 용어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안내문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이거,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건가?”

글로벌최저한세(GIR)가 뭔가요

글로벌최저한세는 다국적기업이 저세율 국가로 이익을 옮겨 세금을 회피하는 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 조세 제도예요. 흔히 ‘Pillar 2’라고도 불립니다. 쉽게 말하면, 전 세계 어디서 사업을 하든 실효세율이 15%는 넘도록 맞춰야 한다는 원칙이에요.

구분내용
적용 대상연결매출 7.5억 유로 이상 다국적기업 그룹
한국 신고기한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15개월 이내 (첫 신고연도는 18개월)
제출 방식직접 제출 또는 국외 구성기업의 대표 제출 후 통보서 제출

저희 회사는 연결매출 기준으로 확실히 이 요건에 해당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도 GIR 대상이 맞다”는 것까지는 빠르게 확인이 됐어요.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이 제도는 저희 회사만 겪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국제 조세 규범이라는 점도 이번에 알게 됐어요. 흥미롭게도 한국은 2022년 12월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 제도를 법제화한 나라였고, 실제 신고는 2024 사업연도분부터 적용되어 2025년 5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시작된 아주 신생 제도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를 포함해서 많은 담당자들이 지금 다 같이 처음 겪고 있는 셈이에요.

이 흐름 안에서 OECD는 「GloBE 정보 자동교환에 관한 다자간협약(GIR MCAA)」이라는 별도 협약도 두고 있는데,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이미 서명을 마친 상태예요. 제가 받은 안내문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 이미 국가 간에 정보를 주고받기로 약속된 큰 흐름 안에서 온 것이었던 셈이에요.

이게 단순한 배경지식으로 끝나지 않았던 이유가 있어요. “직접 제출해야 하는지, 통보서만 내면 되는지”를 가르는 실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이 협약이었거든요. 국외 구성기업이 자기 나라 과세당국에 신고서를 이미 제출했고, 그 나라와 한국 사이에 이 협약(관할당국합의)이 체결되어 있어야만 한국에는 “통보서”만 내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즉 제가 나중에 확인해야 했던 것도 결국 “우리 그룹의 최종모기업 소재국이 이 협약에 서명되어 있는가”였던 거예요.

그런데,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GIR은 회사가 직접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룹 내 다른 국외 법인이 대표로 제출하면 우리는 “통보서”만 내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는데, 이걸 알아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확인해야 할 건 두 가지였어요 — 최종모기업이 직접 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나라가 한국과 협약(GIR MCAA)이 체결된 나라인지.

저희 그룹의 최종모기업(UPE)이 작년에 다른 대륙 소재 법인으로 합병되면서 본사 구조 자체가 바뀌어 있었거든요. 예전엔 CbCR(국가별보고서) 관련 자료를 주고받던 담당자가 있었는데, 합병 이후로는 그 사람이 지금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았어요.

그룹 안에 지역 관리 허브 역할을 하는 법인이 따로 있어서, 혹시나 싶어 검토해봤지만 그곳은 최종모기업(UPE)이 아니었습니다. 즉 “일단 그쪽에 물어보면 되겠지”라는 제 짐작은 틀린 방향이었던 거예요.

결국 어떻게 풀었나

결국 예전에 CbCR 자료를 주고받았던 팀에 다시 연락해보기로 했습니다. 조직도가 바뀌었어도, 국제 세무 자료를 다뤄본 팀이라면 지금 GIR을 누가 담당하는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거든요. 신고기한(9월 30일)이 다가오는 상황이라, 정확한 조직도를 새로 찾기보다는 “그나마 알 만한 사람”에게 먼저 물어보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사실 담당자에게 물어보는 것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다만 조직 규모가 크고, 업무가 국가별·기능별로 세분화되어 있는 외국계 회사에서는 “누구에게” 물어보느냐부터 시간이 걸려요. 담당자를 못 찾아 이 부서 저 부서로 메일이 돌아다니다 보면, 정작 질문에 대한 답을 받기까지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리는 경우도 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은, 질문을 보내기 전에 제가 먼저 최대한 확인할 수 있는 건 다 확인해두고, 정말 담당자만 답할 수 있는 부분으로 질문을 좁히는 거였어요. “이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처럼 열린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도 되묻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A인지 B인지만 확인해주시면 됩니다”처럼 단답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보내면, 시차가 있는 해외 담당자에게도 훨씬 빠르게 답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이게 규모가 크고 국가를 넘나드는 조직에서 일할 때 제가 터득한 나름의 지름길이에요.

다행히 메일을 주고받으며 제가 이해한 내용(직접 제출 대상인지, 통보서만 내면 되는지)이 맞는지 하나하나 확인받을 수 있었고, 본사 쪽에서 확인을 받은 뒤 이제 실제 제출 절차를 진행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처음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막막함으로 시작했는데, 메일 한 통 한 통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어요.

GIR 대응 전, 확인해두면 좋은 것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외국계 회사 재무·세무 담당자분들을 위해, 이번에 직접 겪으며 정리한 체크리스트를 남겨둡니다.

  • 우리 회사가 연결매출 7.5억 유로 기준에 해당하는지 먼저 확인하기
  • 그룹 내 최종모기업(UPE)이 최근 1~2년 사이 합병·이전된 적이 있는지 확인하기
  • 관리 허브 역할을 하는 계열 법인이 있다면, 그곳이 실제 UPE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 최종모기업 소재국이 한국과 GIR MCAA(관할당국합의)를 체결했는지 확인하기 — 이게 “통보서만 내면 되는지”를 가르는 실제 기준이에요
  • 과거 CbCR·이전가격 관련 자료를 주고받았던 담당자나 팀을 먼저 컨택해보기
  • 국세청 안내문에 명시된 신고기한을 캘린더에 바로 등록해두기

마무리하며

본사가 바뀌고, 담당자가 사라지고, 그래도 신고기한은 그대로 다가오는 상황. 외국계 회사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이런 순간을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답을 바로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하나씩 확인해가다 보면 길이 보이더라고요. 같은 상황에 계신 분들께 이 글이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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