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Claire예요. 시간이 꽤 지났지만, 저의 첫 외국계 입사는 지금 생각해도 좀 신기해요.
제가 들어간 그 자리, 원래 화려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던 자리였대요. 그런데 다들 3개월, 심하면 1개월도 못 채우고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저는 더 부담스러우면서도 당황했었죠. 저는 그 화려한 배경 근처에도 못 가는 이력서를 갖고 있었거든요. 학교 간판, 솔직히 내세울 게 없었어요.
대신 저는 자소서에 다른 걸 썼어요. 학창 시절에 제가 진짜로 겪었던 일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요. 뭔가 있어 보이려고 꾸미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썼던 것 같아요. 그걸 채용 사이트에 올려뒀는데, 신기하게도 외국계뿐 아니라 스타트업, 이름 있는 중견기업까지 여러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중에서 저에게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손 내밀어준 게 헤드헌터를 통해 연결된 외국계기업이었어요. 제 자소서를 보고 면접을 보고 싶다고 했을 때, 저는 그렇게 얼떨결에 외국계기업 면접을 보게 됐어요.
수습 기간엔 진짜 이 악물었어요. 스펙으로 밀릴 게 뻔하니까, 대신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까지 남았어요. 모르는 건 창피해도 물어봤고요. 그리고 수습 끝나고 최고 점수로 정규직 전환이 됐어요.
근데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였어요. 저, 영어 진짜 못했거든요. 그날부터가 진짜 생존기의 시작이었어요.
입사 첫날, 진짜 시작된 이야기
입사 첫날, 제 매니저가 저를 불러서 이렇게 말했어요.
“Falcon report 지난 쿼러 찾아서 레컨할 거니까, A3로 출력해서 30cm 자 가지고 제자리로 와요.”
분명히 한국말인데, 한국말이 아니었어요. 문장 하나에 모르는 단어가 세 개씩 박혀 있는데, 심지어 반은 한글이고 반은 영어라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도 감이 안 왔어요. 게다가 그 매니저님, 한국분인데 발음이 어찌나 미드 같으셨는지, 쉬운 단어조차 제대로 못 알아들었어요. 분명 제가 아는 단어인데도, 그 발음으로 나오면 순간 다른 단어처럼 들렸어요. 지금이야 모르는 단어 하나 나오면 바로 검색해보면 되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인터넷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 회사 용어들이었고, 결국 다시 물어보지 않고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저… 죄송한데,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시겠어요?”
그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되묻고, 또 되묻고. 그렇게 하나씩 겨우 알아들으면서 첫날을 버텼어요.
그리고 그날,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더 있어요. 지사장님이 외국인이셨는데, 저를 보시더니 “You come early!!” 하고 인사를 건네셨어요. 저는 순간 당황해서 그냥 웃었어요. 사실 그날이 제 입사 첫날이었는데,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답할 새도 없이 그분은 이미 자리를 떠나고 안 계셨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제가 기억하는 입사 첫날의 가장 선명한 장면이에요. 알아듣지 못한 문장,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인사. 그렇게 저의 외국계 생존기는 시작됐어요.
시리즈를 시작하며
돌이켜보면 2003년부터 지금까지, 저는 쭉 외국계기업에서만 일해왔어요. 그 시작이 이렇게 서툴고 헤맸던 첫날이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요.
이 시리즈를 쓰기로 한 건, 그 시간 동안 제가 겪었던 좌충우돌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또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완벽한 스펙도, 유창한 영어도 없이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버텨온 이야기를, 앞으로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해요. 저의 외국계 생존기이자 성장기,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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